지난 6일 경기도 용인 한화 플라자CC에서 열린 경기도골프협회 장학생 수여식 및 골프인의 밤 행사에서 주니어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뒤
스승인 경기도골프협회 김봉주회장(오른쪽 끝), 영광의 장학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정은(왼쪽 세 번째).
언제였나요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여기 앉아서 사랑스런 손길로 나를 어루만지며 정답게 말하셨죠
그리울 때 이 의자에 앉아 있으면 그때 그 말씀이 들릴 듯 해요(중략)'
가수 정수라가 자신의 히트곡인 '아버지의 의자'를 감정을 억누르며 힘겹게 불러 나갔다.
무대에 서서 노래를 듣고 있던 딸과 휠체어에 앉아 있던 아버지의 어깨가 일순간 들썩이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보던 청중들도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쳐내 그야말로 눈물 바다가 됐다.
올 시즌 KLPGA투어 전관왕을 사실상 예약한 '대세녀' 이정은(21·토니모리) 부녀가 마침내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6일 경기도골프협회가 주니어 골프 꿈나무를 위한 장학금 전달식을 겸해 주최한 골프인의 밤 2부 행사에서다.
경기도와 전혀 연고가 없는 이정은이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순전이 오늘날 자신을 있게한
스승 김봉주(57) 경기도골프협회장의 은혜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서였다.
이정은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김회장을 만나면서 골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진짜 골프를 알게 된 것이다.
2013년 골프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한 김회장은 “정은이와 아버지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찾아와
‘순천에는 여성 티칭 프로가 없으니 세미프로가 되면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을 것 같다"면서 도와 달라고 했다.
정은이 첫 인상이 인성이 좋아 보이고 심지도 굳게 보여 재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경기도 용인에 있는 아카데미에 장학생으로 소개했다”고 이정은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정은의 아버지 이정호씨는 딸이 4살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게 되면서 휠체어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현재 장애인 탁구 선수로 활동중인 아버지는 자신이 손수 운전하는 장애인용 자동차를 몰고 다니면서 딸의 투어를 돕고 있다.
자신의 경기 일정과 겹치지 않으면 만사를 제치고 대회장에 나와 휠체어를 타고서 딸의 경기를 직접 지켜본다.
그는 "노래를 듣는 순간 갑자기 울컥해졌다"며 "올 한 해 정은이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정은이를 더 잘 키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이날 행사에서 경기도골프협회 소속 8명의 주니어 꿈나무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어려웠던 시기에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것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기 위해서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내년에 출전하는 모든 대회의 그린피를 지원 받게 된다.
이정은의 선행은 이 뿐만 아니다. 자신이 받았던 모든 도움을 되로 받았다면 그야말로 말로 갚아가고 있다.
물론 그러한 기부 행위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이정은은 “어릴 때 집안이 너무 어려워 친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그 분들은 생활도 여유롭지 못한 상태서 나를 도와주셨다. '나도 그분들을 도와야한다'는 생각을 한 순간도 하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골프로 성공해야 했다. 그런 절박한 마음으로 운동했더니 결과가 좋았다”며
"아직은 미약하지만 골프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으니까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면서 살아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