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식스' 이정은 "걸크러시 김연경 보며 대리만족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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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2년차 이정은은 올시즌 최고이 활약을 펼치며 한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진제공 | KLPGA


[스포츠서울 유인근선임기자]가을의 절정,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풍요의 계절이기도 하다.
한국 여자골프에서 추석을 앞둔 지금 가장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하는 스타는 단연 이정은(21·토니모리)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신인왕에 오른 뒤 2년차인 올해 상금, 대상 포인트, 평균타수,,다승 등 굵직한 4대 개인 타이틀 선두를 달리며 ‘포스트 박성현’의 자리를 확실하게 굳히고 있다.
가을햇살이 찬란한 날, 이정은을 만났다.
 

◇“핫식스란 새 별명, 맘에 쏙 들어요” 
 

 

‘효녀골퍼’로 불리던 이정은에게는 요즘 새로운 별명이 하나 생겼다. 얼마전부터 동료들 사이에서 ‘핫식스’로 통하고 있다.
“언니들이 요즘 핫하니까 핫식스라고 해야겠다며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는 이정은이란 이름의 선수가 6명이나 된다.
입회 순서대로 이름 뒤에 숫자를 써 구분하고 있는데 이정은은 여섯 번째로 등록해 ‘이정은6’가 됐다.
그저그런 흔한 이름이었다. 1, 2도 아니고 6이라니…. 그런데 ‘핫식스’라는 별명이 붙으면서 뜨거운 생명력으로 살아난 느낌이다.
별명처럼 이정은은 뜨뜻미지근한 것을 싫어한다. 성격도 화끈해 좋아하는 색이 빨강이다.
“진한 색을 좋아하는데 특히 빨강색은 열정적이잖아요. 그래서 좋아해요.”

◇“다시 태어나면 배구할 것, 김연경 선수 보며 대리만족”

이정은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때 골프채를 놓았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골프하는 것이 부담됐고 흥미를 잃었던 탓도 있다. 골프는 철저하게 혼자하는 개인운동이라 화끈한 성격을 가진 그에게 맞지 않았다.
“친구들하고 같이 으샤으쌰 하는 팀 운동을 하고 싶었어요. 리더가 돼서 멋지게 팀을 이끌고 싶었거든요.” 몇 년간 골프를 쉬다 중학교 3학년때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나중에 레슨프로가 돼 돈을 벌어야지’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쉬다가 다시 시작하니 전에 없던 절실함이 생겼다. 더 많은 땀을 흘렸고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고교시절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결국 투어프로의 꿈을 이뤘다. 그때 방황의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핫식스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정은은 아직도 팀 운동에 미련이 남았다. “다시 태어나면 골프선수보다 배구선수를 하고 싶어요. 그래서 요즘 걸크러시 김연경 선수가 너무 멋있어 보여요.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지요.” 
 


 

이정은 멘털이 강한 선수로 잘 알려져있다. 그 비결은 독서다.


◇“탁구왕 아버지 존경하지만 선수 2명 키운 엄마가 슈퍼우먼”

아버지 이정호(53) 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를 갖고 있다. 덤프트럭 기사로 일하다 이정은이 네 살 때 큰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되고 말았다.
그런 아버지는 장애인용 승합차를 직접 운전하면서 전담 기사로 외동딸을 뒷바라지했다.
프로가 된 뒤에는 휠체어를 타고 골프장에 나와 딸을 응원한다.
“힘들어서 골프를 그만두고 싶다가도 아빠 생각만 하면 정신이 번쩍 들어요. 좋은 성적을 내는 게 효도하는 거라는 생각에 더 집중하죠.”  

아버지는 최근 탁구왕이 됐다. 얼마전 전국장애인체육대회 탁구 남자 단체전에서 전남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딸은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그러나 더 존경스러운 것은 어머니 주은진 씨(47)다.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건 엄마 덕분이예요. 엄마는 저까지 두 명의 선수를 키운 슈퍼우먼이잖아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에 엄마의 희생에 정말 감사드려요.” 부모님 생각에 목이 메어온다.
그런 가족과 떨어지기 싫어 해외 진출 계획은 아예 계획에도 없다. “멀리 떠나면 부모님이 눈에 밟혀 골프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이젠 제가 보호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예요.
제가 행복하게 골프칠 수 있는 방법이잖아요. 아마 저같은 딸 없겠죠. 하하” 괜히 ‘효녀골퍼’로 소문난게 아닌가 보다. 

◇“골프 잘치려고 책 많이 읽어요” 

이정은은 소문난 독서광이기도 하다. 대회가 없는 날은 물론이고 대회 기간에도 잠자리에 들기 전엔 꼭 책을 펼친다.
“골프는 몸보다 머리를 더 많이 쓰는 운동이에요. 멘털이 강해지려면 뇌에도 충분히 휴식을 줘야하는데 책을 읽으면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예요.”
책이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도록 돕는단다. 얼마 전에는 김난도 교수가 쓴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에 푹 빠져 지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자신에게 조금만 더 너그러워지자. 그래야 더 잘할 수 있다…’ 구절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어와 콕 박혔다.
“쉽게 좌절하지 않을 것이고, 항상 노력하고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한결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한마디 한마디가 당차고 씩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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