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2년차 골퍼 이정은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골프노트가 ‘긍정골프’의 비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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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KLPGA 투어 신인상을 거머쥐며 주목받은 이정은은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데뷔 첫 우승을 신고하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상금랭킹 3위에 올라 있는 이정은은 13일(한국시간)부터 LPGA 투어의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 출전해 또 다른 시험무대에 선다. 사진제공 | KLPGA


■ US여자오픈에 도전장 내민 프로 2년차 골퍼 이정은

레슨프로 되려고 골프채 다시 잡았는데 
국내 상금 3위에 美 메이저 출전이라니
골프노트는 미래를 꿈꾸게 한 보물 1호
일기를 쓰면 정신적으로 강해지는 느낌
세계 1위도 좋지만 나만의 행복 찾고파

“빠르게보다는 늦지 않게 올라가는 선수가 되고 싶다.” 

프로 2년차 이정은(21)은 조금씩 정상을 향해 올라서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해 그토록 바라던 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국내 개막전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신흥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가 되는 이유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올해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그 중 절반은 우승권에 있었다.
올 시즌 상금랭킹 3위가 이정은의 활약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정은에게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13 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개막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 출전한다.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대회에 처음 나서는 그는 “정말 기대되고 설렌다”며 출국을 기다리고 있다. 4일 경기도 용인의 지산골프연습장에서 훈련 중인 이정은을 만났다. 



● 그린에 홀이 뚫려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이정은은 고교 2학년 때까지 그곳에서 자랐다. 골프를 처음 배운 곳도 순천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배웠다. 그런데 3년을 하고 5학년 때 그만뒀다. 재미가 없었다.” 

일찍 골프를 시작했지만,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후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평범한 학생으로 지냈다.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골프채를 들었다.
어쩐 일인지 그때부터 골프가 잘됐다. 초등학교 때는 지역대회에서 입상한 경험도 없을 정도로 실력이 좋지 않았다.
당시 전남지역에는 박결(21) 등 우수한 인재가 많았는데, 이정은은 그 틈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다시 시작한 뒤 국가대표상비군으로 발탁됐다. 고교 2학년 때 전국대회인 베어크리크아마추어골프대회에서 첫 우승을 맛봤다.
그리고는 ‘큰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경기도 용인으로 올라왔다. 

“새로운 세계였다. 순천에 있을 때는 연습환경도 형편이 없었고, 퍼팅 연습이라도 하려면 차를 타고 1시간이나 이동해야 겨우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용인에 와보니 매우 좋은 환경이 펼쳐졌다. 그린에 홀이 뚫려있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다. 내게는 신세계였다.”
이정은의 골프인생도 확 달라졌다. 앞선 6년간 배운 것을 모두 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이정은이 됐다.
“용인 지산CC아카데미로 오자마자 골프를 다시 배웠다. 아마 이정은을 빼고는 전부 다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정은을 지도한 이준석 프로는 ‘스타 제조기’로 유명하다. 김민휘(25), 이수민(24), 백규정(22)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스타로 성장했다.
골프를 다시 시작한 지 4년 만에 마침내 태극마크를 달았다.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선 여자 개인전 및 단체전 2관왕에 오르며 예비스타로 떠올랐다. 



● 레슨프로가 되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프로골퍼를 꿈꾼 것도 아니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치 않았기에 골프라도 배워 레슨프로가 되면 먹고 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골프를 시작했다.”

다시 골프채를 든 이정은은 절박했다. 더군다나 부친 이정호(52) 씨는 이정은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 마비라는 중상을 입었다.
프로골퍼는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레슨프로라도 하면 먹고 살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 KLPGA 투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가 됐다.
올해 1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 등을 통해 4억3000만원이 넘는 상금을 벌었다. 

“작년 루키 시즌만 하더라도 시드 걱정을 하면서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게 됐다. 그
러다보니 내 방식대로 경기할 수 있게 됐고, 예선에서 떨어져도 불안한 생각이 들지 않게 됐다.” 

데뷔 시즌 목표는 신인왕이었다. 우승은 없었지만 생애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정은의 생각도 달라졌다.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우승이라는 1차 목표는 올 시즌 개막과 함께 달성했다. 아쉽게 그 뒤 몇 차례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지난 일을 후회하기보다는 다가올 앞날에 집중하고 있다.
“빨리 올라가면 빨리 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때를 맞춰 올라가고 싶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그러고 싶다.”

이정은은 지금의 성공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했다. 골프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특히 가족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부친은 지금도 휠체어를 타고 골프장에 나와 딸을 응원한다. 그런 아버지가 또 다른 힘이 된다.
프로가 돼 받은 상금으로 부모님께 전셋집을 선물했고, 아버지에게 전동식 휠체어를 사드렸다.
어느새 이정은에게는 ‘효녀골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부모님과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고 싶다.” 


이정은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써온 골프노트는 긍정골프의 시작이자 보물 1호다. 사진제공 | 프로골퍼 이정은

● 넘치는 긍정 에너지의 비결은 골프노트 

이정은은 밝고 씩씩하다. 그리고 긍정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써온 골프노트가 ‘이정은표 긍정골프’의 시작이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더불어 미래를 꿈꾸는 나만의 시간을 만들어왔다.
프로가 된 지금도 일기 형식의 노트를 쓰고 있다. 경기 후 어떻게 플레이했는지 돌아보기고 하고, 실수했던 것들을 반성하기도 한다.
일기를 쓰면 정신적으로 더 강해지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고, 스스로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것 같다.” 

이정은표 긍정골프는 경기에도 잘 묻어난다.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대부분의 선수들은 포기하곤 한다.
그러나 이정은은 오히려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는다. “기대했던 것만큼 경기가 잘 되지 않을 때는 다음을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회만 생각하다보면 저조한 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다음을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이정은은 ‘기회는 준비된 선수에게 온다’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그래서 US여자오픈을 위한 준비도 철저하다.
그는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기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 신기하고 설렌다”며 “솔직히 지금까지는 좀더 국내에서 투어활동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미국에 가서 생각이 바뀔지도 모를 것 같다.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음은 들떠 있지만, 이정은의 손에는 골프채가 쥐어져 있다. 시즌 중에도 매일 4시간 이상 훈련하고 있다.
US여자오픈에 대비해선 벙커샷과 100m 이내의 쇼트게임 위주로 샷을 가다듬고 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러프가 길면 레이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나올 것 같고, 그러다 보면 100m 이내의 상황에서 자주 플레이하게 될 것 같다.
또 그린 주변에선 러프보다 오히려 벙커에서 파세이브를 노리는 게 더 유리할 수 있다.” 나름 치밀한 전략이다.

신념도 확고하다. 누구의 뒤를 따라가기보다는 자신만의 길을 열고 싶다. 그는 “이정은의 길을 찾아가고 싶다.
세계랭킹 1위도 좋지만, 꼭 그런 자리에 올라가야 행복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만의 행복을 찾아가고 싶다”고 굳게 다짐했다.


■ 이정은 


▲생년월일=1996년 5월 28일(전남 순천)  

▲학력=순천청암고∼한국체대(재학 중)  

▲소속=토니모리 여자골프단  

▲키=171cm  

▲주요 수상 경력=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골프 여자단체·개인전 2관왕, 2016년 KLPGA 투어 신인왕, 2017년 KLPGA 투어 롯데렌터카여자오픈 우승(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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