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LPGA 투어 ‘베테랑 신인’ 윤채영의 골프 인생 2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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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롭게 일본 무대에 서게 된 ‘베테랑 신인’ 윤채영(30, 한화)을 만났다.

지난 11년 동안 KLPAG 투어에서 꾸준함을 무기로 활약해온 그는 지난해 하반기 JLPGA 퀄리파잉 토너먼트 통과 직후부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새롭게 선수생활 2막을 시작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은 윤채영과 만나 일본 투어에 도전한 이유와 일본 생활 적응기, 향후 골프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첫 해외 무대 진출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고 있다. 지낼 만한가.

JLPGA 투어 개막전부터 대회를 연속으로 참가하고 있어서 눈 돌림 틈이 없지만 주말에 틈나면 한국에 온다.

첫 해외 진출이라 이런 생활에 점차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처음으로 JLPGA 투어에서 활동하게 됐다. 뒤늦게 일본 무대 진출을 결심한 계기는.
프로 12년차가 뒤늦게 해외 무대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 아닌가. 그

래서인지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고, 스스로도 내 결정에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했다. 국내에서 1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하면서 심적으로 지친 부분이 있었다.

어느덧 베테랑이 됐지만 당장 은퇴할 건 아니니 골프를 더 즐겁게 하고 싶었다.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데뷔전을 치르기 전부터 일본 현지 언론이 ‘미녀 골퍼’로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그런 것 같더라. 데뷔전부터 관심이 쏟아졌다.

기자를 비롯한 미디어 관계자들이 이미 나를 다 알고 있었고, 심지어는 응원하는 팬도 있더라.

이런 관심이 대단히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관심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다보니 조금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아직 성적으로 보여준 게 없는데 시작부터 관심을 받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열성 팬이 생겼다고 하던데.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오키나와에서 열린 대회 때 한 팬이 내 생일을 알고 선물을 챙겨줘서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밖에 많은 팬들이 뷰티나 헬스 관련 제품을 선물해줬고, 얼마 전에는 내 이름이 새겨져 있는 초콜릿도 받았다.

일본은 팬클럽 문화가 매우 활성화돼 있어서 응원하는 선수들에게 많은 애정을 쏟는다고 하더라.

지난해 야마하 레이디스오픈에 초청 선수로 참가했을 뿐인데 일찌감치 나를 알아보고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일본의 야마하골프와 직접 계약 관계가 됐다고 들었다. 특별한 점이 있나.
야마하 소속 클럽 피터가 2명 있는데, 이들이 정말 잘 대해준다.

클럽을 맞춰주는 것부터 사소한 것 하나까지 세심하고 정성껏 처리해줘서 정말 좋고 감사하다.

내게 베풀어주는 만큼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시즌 초반이라 조금은 긴장이 된다.

하루빨리 적응하는 게 급선무다.   
 



올 시즌 JLPGA 투어 초반 9개 대회에서 톱101회를 기록했다. 아직은 적응이 좀 더 필요한 것 같은데 코스 적응에 어려움은 없나. 
일본 투어는 대회시기에 맞춰 코스 관리를 정말 완벽하게 한다.

페어웨이와 러프의 경계가 뚜렷하고 그린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매끄럽다.

기본적으로 코스 컨디션 때문에 선수들의 플레이에 악영향이 생기는 경우가 없도록 잘 관리하는 것 같다.

 플레이를 할 때 적응이 어려웠던 건 바람이다.

제주도에서 강한 바람을 많이 경험 해봤는데도 일본의 바람은 또 다르더라. 3월 내내 바람과 씨름했다.

그런데 (안)선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정말 잘 치더라(웃음).

코스 이외에 대회장 환경은 어떤가. 
골프장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은 대부분 숙박시설이 있고, 쇼트게임 연습장과 드라이빙 레인지를 비롯한 연습 시설도 모두 갖췄다.

대회기간에는 남자 라커룸을 싹 비우고 그 공간을 마사지 룸이나 피지컬 트레이닝 공간으로 활용한다.

전체적으로 선수의 편의가 보장되는 환경이어서 좋다. 

일본과 한국 투어의 분위기 차이는 확실히 다른가. 
무엇보다 갤러리의 열정이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열정 넘치는 팬들이 많은데, 일본은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먼 지역인데도 전 주에 왔던 팬들이 찿아온다. 거의 매주 대회장에 오는 팬들도 있다.

갤러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정숙하고 질서정연한 것도 인상적이다.

코스는 물론이고 드라이빙 레인지나 연습장에서도 갤러리 스탠드가 있어서

어디서든 선수들의 연습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전혀 거슬리는 게 없다. 


체력적인 문제는 없나.
신체보다는 정신적인 부분에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플레이가 잘 안 될 때 부담감의 차이를 느낀다.

현재 샷 감이 나쁜 건 아닌데 뭔가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무겁고,

이 무거운 부담감을 빨리 떨쳐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생활문화가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현지 생활 적응에는 큰 무리가 없을 텐데.
첫 해외 생활인지라 약간의 두려움은 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가까운 나라인데다가 초청 선수로 대회 참가 경험이 있어서 투어 분위기도 어느 정도 잘 아니까.

그런데 막상 한국에서 오래 지내다가 와보니까 생각보다 더 힘들더라(웃음).

아직은 집을 구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회장과 호텔을 전전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다른 대회장으로 이동할 때마다 짐이 많고, 이 많은 짐을 비좁은 비즈니스호텔에 두고 이동하면서 생활하려니 불편한 점이 많다.

여가를 즐길 여유가 아직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조금이나마 생기는 여가는 어떻게 보내나. 
주로 숙소에서 혼자 쉴 때가 많다. 호텔에 있으면서 책을 읽거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한다.

모바일 게임이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즐기진 않는다.

적당히 분위기 쳐지지 않게 TV로 한국 뉴스를 틀어놓거나 휴대폰으로 음악이나 한국 라디오를 듣는다(웃음).

2006년 데뷔 후 11년 동안 시드를 잃지 않았다. 이 꾸준함의 원동력은.
나는 우승을 많이 했거나 수상 경력이 화려한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노력해 왔고, 그 목표를 위해 악착같이 버티면서 부끄럽지 않은 선수 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

목표를 바라보고 버티고 또 버티다보니 의지가 생겼고, 그 의지 덕분에 꾸준함이 생긴 것 같다.

 


 

베테랑이 되면서 골프를 대하는 자세나 선수생활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이전까지는 나 자신과 골프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골프와 더불어 결혼이나 내 미래 등에 대해 생각할 때가 오더라.

머리는 조금 복잡하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는 내게 주어진 상황과 내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최대한 즐기려 하고 있다.

올 시즌의 새로운 목표가 있다면. 
무엇보다 일본 투어에 집중하고 적응하는 데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큰 부상을 한 번도 당해본적이 없는데, 일본에서 체력 소모가 꽤 많다보니

잘못하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새로운 변화 속에서 한 시즌을 무사히, 온전히 마무리하고 싶다.

선수 생활은 향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막연히 30대 중반 정도면 은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야마하 레이디스오픈에 참가하고 JL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도 치르면서 아직 더 경쟁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전에는 사실 30대 중반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일본에서는 또 다른 윤채영의 플레이가 나오더라.

은퇴는 시기는 좀 더 나중에 생각해보겠다.

은퇴 후 무슨 일을 할지는 생각해봤나. 
구체적으로는 해보지 않았는데 직장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운동만, 그것도 개인 종목인 골프를 했기 때문에 모든 생활이나 사고가 내 중심으로 많이 돌아갔다.

그런데 일반 직장에서 단체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얻는 게 많을 것 같다. 

빼어난 미모 덕분에 방송국에서 여러 제의가 올 법한데. 
예전에 방송 레슨을 진행해봤는데 굉장한 스트레스더라.

그때 내린 결론은 ‘방송은 나와 적성에 맞지 않는다’였다.

방송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말을 할 때 순발력과 센스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거리가 먼 것 같다(웃음).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편집부 /글_성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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