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유망주 이정은6 "50일간 특훈, '쇼달'로 거듭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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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오 기자]“5m 간격으로 볼을 쌓아두고 반복 훈련했더니

쇼트게임에 자신이 붙었어요. 오래 묵은 숙제를 해결한 기분이에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을 거머쥔 이정은6(21)의 고민은 쇼트게임이었다.

드라이버로 250야드를 날리고 페어웨이 안착률이 80%나 될 정도로 준수한 샷 기술을 지녔지만 그린 근처만 가면 몸이 경직됐다.

그러다보니 파5 홀에서 버디 기회가 적고, 파4 홀에서 그린을 놓치면 파세이브가 쉽지 않았다.

리커버리율(온그린 실패 시 파를 하는 비율)도 60%가 채 되지 않았다.

◇전지훈련 기간 매일 어프로치 샷 연습

데뷔 첫해 우승 없이 신인왕에 올랐다. ‘무관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썩 내키지 않았던 이정은6는

1월 초부터 50일간 이어진 태국 전지훈련에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최대 약점인 쇼트게임을 정복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어프로치 샷 연습에 매달렸다.

기술 습득도 중요하지만 자신감을 얻는 게 급선무였다.

연습 방법이 독특했다. 이정은6는 “핀을 바라보고 5m 간격으로 10개씩 볼을 쌓았다.

전체 길이는 100m. 홀에 붙지 않으면 무조건 처음부터 다시 샷을 했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 짧은 거리와 긴 거리를 왔다갔다하면서 연습했다.

열심히 발품을 팔았더니 지금은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올해 첫 출전 대회에서 바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끝난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7위에 올랐다.

이정은6는 “그린 주변에서 자신감이 붙으니 퍼트감도 괜찮아졌다.

전체적인 샷 컨디션이 좋지 않아 우승은 놓쳤지만 만족스런 출발이다.

특히 마지막 날 68타를 친 나 자신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국가대표 출신인 이정은6는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지난해 KLPGA 투어에 입성했다.

큰 기복 없이 1년을 보냈다. 컷 탈락은 단 2회에 불과하고 7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컷 탈락도 단 1타가 부족했다. 최고 성적은 지난해 10월 혼마골프·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기록한 3위다.

첫 우승이 간절해 보였지만 이정은6의 생각은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마음가짐이 특별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컷 통과가 목표였다. 상금을 쌓아 시드를 유지하고 포인트를 얻어

신인왕에 도전하려면 일단 컷 통과가 우선이었다”며 “올해는 아직 경험이 없는 챔피언 조에서 경기하는 게 목표다.

챔피언 조에서 자주 경기하다 보면 자연히 우승 기회도 올 것이다.

신인왕에 대한 압박감이 없어졌으니 마음껏 샷을 날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식스’ 대신 진짜 이름 불러주세요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가족에 대한 얘기를 먼저 꺼냈다.

이정은6은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일단 한국에서 열심히 골프를 칠 생각이다.

아버지에게도 좋은 발이 돼 드려야 한다”고 했다. 자타공인 ‘효녀골퍼’다운 대답이었다.

아버지 이정호 씨는 이정은6가 네 살 때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다.

이 씨는 휠체어를 타고 자주 대회장을 찾는다. 그럴 때마다 뒤에서 밀어주는 이는 이정은6이었다.

“아버지에게 웃음을 더 많이 드리고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힌 이정은6의 원래 꿈은 티칭 프로였다.

얼른 돈을 벌어 어려운 가정 형편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 그는 “운이 좋아 지금에 자리에 서게 됐다.

지난해 상금과 계약금으로 3억원 넘게 벌어 그 돈으로 경기도 용인에 집을 얻었다.

비록 전세지만 집이 넓어 가족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다. 더 열심히 해서 부모님께 좋은 집을 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선배들에게 유쾌한 제안을 했다.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 달라는 것.

이정은6는 지난해 대선배 이정은5과 같이 투어를 뛰다보니 이름 대신 ‘식스’로 불렸다.

그는 “이정은5 선배가 올해 LPGA 투어로 가셨다. 이제는 필드에서 내 이름을 실컷 듣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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