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치민(베트남)=정대균 골프전문기자】12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영원한 멘토이자 스승인 김종필 프로(55)를 만났다.
대원외고 1학년 때부터 비로소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고 2때 전국대회서 우승하면서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다.
1년여의 상비군 생활을 마친 뒤에는 1년간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그리고 2009년 프로 전향을 선언하고 2부 투어서 프로 무대의 쓴맛을 경험했다.
시드 선발전 4위 입상으로 2010년 시즌부터 꿈에 그리던 1부 투어서 활동하게 됐다.
우승 기회도 찾아왔다. 하지만 번번이 준우승에 그쳤다.
2012년부터 2013년 초반까지 18차례 정규대회에 출전해 우승 문턱서 좌절을 맛 본 것이 4차례나 됐다.
이후 준우승은 7차례나 더 있었다.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이름 앞에 '만년 2위'라는 불명예스런 수식어가 붙었다.
마음 고생도 심했다. 그러다가 2013년 5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승의 기쁨을 누렸다.
너무나도 극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부 투어 진출 4년째인데다 다른 3명의 선수와 연장 혈투 끝에 거둔 값진 승리였기 때문이다.
KLPGA투어의 간판 허윤경(27.SBI저축은행)의 골프 커리어다.
첫승 물꼬를 튼 이후 허윤경은 현재까지 통산 3승째를 거두고 있다.
2012년과 2014년에는 시즌 상금랭킹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때가 전성기가 아니었냐고 묻자 "전성기 아직 안왔어요"라고 손사래를 친다.
허윤경은 지난해 10월 11일 김종필 프로의 소개로 만난 박상현씨(31)와 3년여 연애 끝에 결혼했다.
5개월차 새내기 신부로서 한참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어야 할 시기다.
그래서 아직은 '남편'보다는 '오빠'라는 호칭이 더 익숙하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남편을 홀로 남겨둔 채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호치민 남쪽 씨링크스골프장에서 스승과 함께 3주 일정의 동계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스스로 말한 '전성기'를 맞이할 만반의 준비를 위해서다.
남편은 베트남행을 처음엔 만류했다. 아내가 힘들어할까 봐서다.
하지만 전훈을 결심한 아내의 의지를 더 이상 꺾을 수 없었다.
허윤경의 급작스런 결혼 소식은 당시만해도 팬들로서는 충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상급 선수의 빠른 결혼이 KLPGA투어 풍토에서는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연애도 오래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워낙 컸기 때문에 일찍 결혼하는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박인비(29.KB금융그룹)가 결혼하고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큰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시부모를 비롯한 시댁 식구들의 전폭적 지원도 그런 결정을 하는데 한몫을 했다.
허윤경의 시댁은 충남 서산 현대솔라고CC의 오너 가문이다.
허윤경은 "많은 선수들이 골프를 그만 두게 될까봐 선뜻 결혼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시댁 어르신들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는 나는 복을 많이 받은 여자가 분명하다. 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든든한 힘은 남편의 전폭적 외조다.
무릎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2015시즌은 말할 것도 없고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해 힘들었던 작년에도 남편은 묵묵히 기다리면서 응원했다.
허윤경은 "결혼하니까 엄청 좋다"면서 "가정을 가지게 되니까 책임감도 더 강해졌다.
서로 의지해가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어서 좋다.
물론 심적으로 아주 편안해 주위에서 얼굴이 더 좋아졌다고들 한다"고 결혼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30세 때 2세 계획을 갖고 있다는 그에게 올해 목표를 물었다.
허윤경은 "언제나 그랬듯이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3주간의 베트남 전훈에서는 부모님과 같은 김종필 프로와 함께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컴팩트한 스윙과 퍼팅 라인 읽는 법이다. 특히 체력이 떨어지면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 스윙 개조에 역점을 두고 있다.
허윤경은 "올해는 20개 정도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라며 "올해는 작년보다는 나을 것 같다.
자신감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그가 써내려갈 2017시즌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