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6 "박성현 비거리, 이승현 퍼트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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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올 시즌 끝까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대결을 펼쳤던 이정은(20ㆍ토니모리)과 이소영(19ㆍ롯데)은 모두 골프 국가대표 출신으로 절친 사이다.
이정은은 지난 6일 열린 KLPGA 대상 시상식에서 이소영을 불과 34점 차이로 제치고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9일 본지와 전화 연락이 닿은 이정은은 “(이)소영이와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경쟁을 해왔다. 소영이가 7월 초청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내심 동기부여가 됐다.
신인상을 타기까지 자극이 됐던 것 같다”며 “친한 언니동생 사이였던 만큼 소영이가 시상식 때 찾아와 축하를 해주더라. 사진도 같이 찍었다”고 웃었다.

이정은은 신인상은 수상했지만, 2016시즌을 ‘무관’으로 끝냈다.
그는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해보지 못했다. 대회 마다 성적이 대체로 비슷하게 유지됐다”고 아쉬워했다.
이정은의 올 시즌 최고 성적은 10월 KLPGA 투어 혼마골프ㆍ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기록한 3위다.

우승은 없었지만, 이정은은 대회마다 5위에서 30위 이내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기복이 없다는 말에 그는 “성적 편차가 심한 선수들의 경우 비거리가 많이 나가면서도 샷의 방향성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티샷이 정확한 편이라 성적이 잘 유지되는 것 같다. 컷탈락을 한 경우도 1타 차였다. 샷이 완전히 무너지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답했다.
이정은은 올해 자신의 성적에 대해 “B학점 정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어려서부터 선수를 꿈꾸진 않았다. 티칭프로 자격을 따 생계를 꾸려나가려 했던 게 어렸을 때 그의 생각이었다.
이정은은 “골프 선수를 키울만한 가정 형편은 아니었다.
티칭프로의 경우 큰 돈이 들지 않고도 조금 열심히 하면 충분히 자격증을 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정은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9살 때 아버지 후배인 한 티칭프로의 추천으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
그는 “초반에 억지로 골프를 하다가 5학년 때 그만뒀다. 그러다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채를 잡았다”며 “갑자기 흥미가 생겨서가 아니었다.
추후 자격증을 따서 연습장에서 레슨을 하며 돈을 벌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이정은의 아버지는 과거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휠체어를 탄 불편한 몸이지만, 딸이 출전하는 대회장에 가 응원을 하곤 한다.
“부모님께선 딱히 골프에 대한 지식이 없으시다”고 운을 뗀 이정은은 “레슨비는 지원해주신다.
그리고 보통의 부모님들처럼 자녀들의 앞날을 걱정하시고 위로해주신다”고 덤덤히 말했다.
이정은은 그러면서도 “내년에 상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부모님과 함께 살 더 큰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효심을 드러냈다.
 

이정은의 2017시즌 목표는 상금 ‘톱10’에 드는 것이다.
올 해 2억5,765만1,211원(24위)의 상금을 받은 그는 “상금 ‘톱10’에 포함돼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 자력으로 나가는 게 목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향후 언젠가 KLPGA 상금왕에 올라보고 싶다. 당장 내년에 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니고 내년엔 10위, 다음해엔 5위 등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고 싶다”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과거 국가대표를 하면서 국가대항전에도 몇 번 나갔었는데 개인의 자존심을 걸고 대회에 출전하는 것과 국가의 명예를 걸고 출전하는 것은 느낌이 다르더라.
국제 대회에 나가면 성취감과 자부심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올림픽 같은 큰 대회에 나가 그런 느낌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고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을 겨냥했다.

하지만 목표가 욕심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는 “물론 무언가 목표로 잡고 달려가려고 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바로 앞에 있는 목표에 집중하는 게 멀리 있는 목표를 생각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보완해야 할 점은 많다.
이정은은 “특히 숏게임 능력이 가장 부족하지 않나 싶다”며 “내년 1월 3일 태국으로 겨울전지훈련을 간다.
2월 27일 돌아올 때까지 숏게임 능력을 집중적으로 보완할 생각이다”고 언급했다.
체력에 대해선 “문제 없다”며 “해남에 내려가서 하드 웨이트 트레이닝을 강도 높게 하곤 했다. 턱걸이 보단 무거운 것을 많이 든다”고 밝혔다.


이정은은 ‘닮고 싶은 선배가 있느냐’는 질문에 현명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선배 언니들 각각의 매력과 장점을 모두 배우고 싶다”며 “박성현(23ㆍ넵스) 선배의 비거리, 이정민(24ㆍBC카드) 선배의 정교한 아이언 샷,
이승현(25ㆍNH투자증권) 선배의 리듬과 퍼트 실력, 허윤경(26ㆍSBI저축은행) 선배의 미소와 여유 있는 플레이를 닮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정은은 오는 16일 중국에서 열리는 2017시즌 개막전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14일 출국한다.
그는 “선수들이 한창 휴식을 취하고 학교를 다니는 그런 시기에 대회가 열린다”며 “좋은 성적을 내려 하기보단 가벼운 마음으로 공을 치고 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여느 또래들처럼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한다고 했다. 자신의 성격과 관련해선 털털하고 가식 없는 편이라 고백했다.
실제로 인터뷰 도중 질문을 건넬 때마다 당차고 똑 부러진 목소리로 척척 답변을 해내곤 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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