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스럽고 도도한 도시여자의 이미지가 강한 윤채영.
코스에서 만나는 윤채영 프로는 172cm의 큰 키의 현장 갤러리가 항상 많은 인기 많은 골퍼다.
그래서 코스 밖에서 만나 그녀의 소탈한 모습과, 골프에 대한 생각에 대해 들어보고 싶었다.
올 시즌 제대로 된 휴식을 갖아본 적이 없다는 그녀를 위해 ‘힐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바로 일산에 위치한 한화 아쿠아플라넷에서 ‘도심 속 여유’를 만끽했다.
‘필드 위의 모델’ 이라는 말에 걸맞게
코스 밖에서의 모습도 우아하고 세련된 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어머니와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아쿠아리움을 찾은
윤채영은 시종일관 순수하고 수줍은 소녀의 밝은 미소를 보였다.
프로 데뷔 11년차 윤채영은 KLPGA투어가 흥행을 위해
2009년 처음 선발한 홍보모델 1기로 출발해 올해까지 8년 연속 자리를 지켰다.
‘패션모델’이라는 별명이 그녀를 항상 따라다니는 데,
윤채영은 아직도 부끄럽다며 얼굴을 붉힌다.
“모델처럼 키 큰 선수들도 많은데 왜 자꾸 나한테 모델이라고 할까요? 키큰 애들 많아요.
이쁘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평소 일상 생활에서도 신경을 써야할 것만 같아서 부담스러워요.”
사실, 윤채영은 미모가 전부가 아니다.
2014년 7월 삼다수여자오픈에서는 무려 160경기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일궈내는 끈질긴 투혼을 발휘했다.
특히 '골프여제' 박인비 앞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려 짜릿함이 더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잡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치는 등 엘리트코스를 밟았다.
프로 생활은 그러나 녹록지 않았다.
2005년 19세의 이른 나이에 일찌감치 프로로 전향했지만
2008년 KB국민은행 스타투어와 삼성금융챔피언십 준우승,
2012년 한화금융클래식, 히든밸리여자오픈 3위 등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2013년 겨울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날아가
혹독한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했다.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고기 등 육류 단백질 섭취에 초점을 맞춰 식단까지 변경했다.
강력한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는 기본, 여기에 숏게임 강화 등 기술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159전 160기'의 우승 신화가 탄생한 배경이다.
“ 그날(첫 우승 대회 최종라운드) 내 자신감은 150퍼센트였던것 같다.
마치 실수를 해도 잘 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연장전에 나섰을 때도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그 자신감 때문에 집중도 잘됐고 온전히 몰입됐다.
첫 우승은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꾸준히 노력하는 과정에서 지치려고 할때
그래도 ‘우승 한번’ 해봐야하지 않겠나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했는데,
그렇게 힘든 첫 우승이 9년 만에 드디어 내게 왔다.”
사실 9년만의 첫 우승 전까지 우승은 없었지만
일관성은 예전부터 돋보였다.
2006년부터 11년 동안 시드를 유지했고,
실제 2011년에는 19경기에 출전해 단 한 차례도 '컷 오프'를 당하지 않는 기복 없는 플레이를 자랑했다.
윤채영은 “나의 골프 스타일은 장타자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기술로 샷에 변화를 통해
이를 컨트롤하고 응용해서 나만의 꾸준한 플레이를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사실 내 자신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침착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자주 코스에서 흔들린다.
다시 루키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며 투어 생활 속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이어 “요즘 한조로 플레이할 때 한명은 꼭 10살 차이 나는 후배 선수들이 있는데,
그 선수들 보면서 예전의 나의 모습과는 다르게
성숙함이 느껴져서 새롭기도 하고, 때론 자극도 된다” 고 덧붙였다.
첫 우승이 짜릿하고 깜짝스러웠던 만큼
잊혀지지 않기 위해 2승, 3승을 위해 더 달리고 있다는
윤채영은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기획가 된다면 일본을 한번 가보고 싶다.
올 시즌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대회에서 일본 대회만의 축제 같은 분위기가 새롭게 느껴졌다.
굉장히 즐거웠다. 기회가 된다면 일본 가보고 싶다” 고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화려한 외면 그 이상의 ‘끈기’와 ‘인내’로
꾸준한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는 윤채영의 제2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